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었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국립의전원 설립법’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사 처벌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15년간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별도로 양성하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75표로 가결됐다. 반대는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1명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 리스크’ 완화다.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설명 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없는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특례’가 도입됐다. 다만 설명 과정에서 표현한 유감이나 사과 등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뒀다.
같은 날 통과된 ‘국립의전원 설립법’은 재석 166명 중 찬성 158명으로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 김미애·한기호·박수영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 4명은 기권했다.
이 법안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정원 100명 규모의 4년제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선발된 학생은 학비 등 교육비를 전액 지원받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5년 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는 기존 지역의사제 제안보다 5년 더 긴 복무 기간이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업을 중단할 경우 지원받은 경비 전액을 반환해야 하며, 시정명령을 어기면 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교육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구체적인 설립 지역은 향후 후속 조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로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고 공공의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중과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쟁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