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농담으로 현장을 웃게 했다. 올해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에 돌아갔다.
박 감독은 23일 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실 황금종려상은 누구에게도 시상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자 회견장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박 감독은 곧바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줘야 하기 때문에,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좋은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영어 제목 "No Other Choice"를 활용한 농담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심사위원 클로이 자오 감독도 "노 아더 초이스"라고 반응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는 박 감독을 비롯해 배우 데미 무어, 스텔란 스카스가드, 이삭 드 방콜레, 루스 네가, 감독 클로이 자오, 라우라 완델, 디에고 세스페데스, 시나리오 작가 폴 래버티 등이 맡았다. 박 감독은 한국인 영화인으로는 처음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22편의 후보작 심사를 이끌었다.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피오르드"는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루마니아 출신 부모가 노르웨이 사회의 양육 규범과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보수와 진보, 가족과 국가, 문화적 가치의 갈등을 다룬 영화로 소개됐다. 문주 감독은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칸 최고상을 받았다.
문주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오늘날 사회가 점점 분열되고 급진화되고 있다며, 영화가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에 반대하고 관용과 포용, 공감을 말하려 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은 "피오르드"의 예술적 완성도와 메시지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위원대상은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가 받았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 심사위원상은 독일 감독 발레스카 그리제바흐의 "꿈꾸는 모험"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공동 수상으로 결정됐다. 스페인 감독 하비에르 암브로시·하비에르 칼보의 "라 볼라 네그라"와 폴란드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의 "파더랜드"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를 한 명으로 줄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두 작품이 모두 뛰어나 어느 하나를 버릴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배우상도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남우주연상은 "카워드"의 발렌틴 캉파뉴와 에마뉘엘 마키아가 함께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올 오브 어 서든"에 출연한 비르지니 에피라와 오카모토 다오에게 돌아갔다.
올해 칸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장 위촉으로 한국 영화계의 관심이 컸다. 한국영화 경쟁부문 수상은 나오지 않았지만, 박 감독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수상작 선정 과정과 심사 기준을 설명하며 국제 영화제 중심 무대에서 한국 영화인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시켰다. 제79회 칸영화제는 문주 감독의 두 번째 황금종려상과 박찬욱 심사위원장의 재치 있는 심사평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