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유미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인사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대검검사급인 검사장을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전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인사이며, 법무부 장관이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11일 정유미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한 법무부의 인사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전보 인사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전보 인사”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간 검찰 인사 관행에 비춰보면 피고가 원고의 자발적 사직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사장급 보직으로 분류되지만, 대전고검 검사는 차장·부장검사급 고검검사 보직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강등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검사장은 인사 발표 직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법원은 당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안 소송에서는 정 검사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법무부 장관의 검사 인사권 범위였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에게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지만, 그 재량이 합리적 기준을 벗어나거나 징계성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위법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번 인사가 기존 관행과 비교해 이례적이고, 사직을 유도한 성격이 있었다고 봤다.
정 검사장은 그동안 현 정부의 검찰개혁 현안에 공개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밝혀왔다. 수사·기소권 분리, 검찰청 폐지 논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등 주요 사안에서 입장을 냈고,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인사가 사실상 비판적 검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지난 4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재직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직위를 강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검사 인사 관련 규정 제정령안도 추진한 바 있다. 이 역시 검사장급 연구위원 보직 운영과 인사 조정 권한을 둘러싼 논쟁을 불렀다.
이번 판결은 검사 인사권 행사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형식상 전보 인사라도 실질적으로 강등 효과를 내고 사직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법무부가 항소할 경우 사건은 상급심 판단을 받게 된다. 정 검사장 인사 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검찰 인사 관행과 법무부 장관의 재량권 범위를 다시 따지는 쟁점으로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