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13일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명 씨로부터 모두 14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씨와 공모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 씨로부터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명 씨에게는 여론조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특검이 공소사실에 포함한 58차례 가운데 윤 전 대통령에게 실제로 전달됐거나 윤 전 대통령이 제공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를 구분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4차례는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다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전달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여론조사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지,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에게 조사를 의뢰했거나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로 합의했는지 등을 추가로 따져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를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와 그 대가로 공천이 약속됐는지였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제공받는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지급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명 씨가 여러 정치인과 언론 관계자에게 조사 결과를 배포했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앞서 같은 여론조사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김 씨 사건 재판부는 명 씨가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만 독점적으로 제공하지 않았고, 부부가 조사 비용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천과 여론조사 제공 사이의 대가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여론조사 14차례의 무상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씨 사건과 사실관계를 일부 다르게 판단했는지가 주목된다. 실제 수수 사실과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구분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핵심이다.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천72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명 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명 씨와 여론조사 거래를 약속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재판부의 최종 유무죄 판단과 선고 형량은 선고가 마무리되는 대로 확인될 예정이다. 14차례의 여론조사 수수 인정이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로 이어졌는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의 대가 관계까지 받아들였는지가 판결의 핵심 쟁점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