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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에 800조 반도체 산단…이전 지연·무안 설득이 첫 시험대

박호준 기자 | 입력 26-07-12 23:37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선택했지만 공장 착공까지는 군공항 이전과 법률 개정, 무안군 주민 동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가 부지 선정에는 속도를 냈으나 실제 산업단지 조성 일정은 군공항 이전 문제를 얼마나 빨리 풀어내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지난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제조공장 4기 투자 규모는 총 800조원으로 제시됐다. 지난달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한 뒤 약 일주일 만에 부지를 확정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광주 군공항에서 약 2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기존 공항 부지가 평탄화돼 있어 산업단지 기반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도심과 KTX역이 가깝고 도로와 공항, 항만을 연계한 물류 여건도 부지 선정 배경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현재도 공군 전투비행단이 사용하는 군사시설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군공항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기존 부지를 산업단지 용도로 전환해야 한다. 국방부는 전남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이전 부지 확정과 지원계획 수립, 주민 의견 수렴, 주민투표, 무안군수의 유치 신청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현행 군공항 이전 사업은 새 공항을 먼저 건설해 국방부에 넘기고, 사업 시행자가 기존 군공항 부지를 넘겨받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전 부지 선정과 신공항 건설을 거쳐야 기존 군공항 부지를 사용할 수 있어 통상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정부 계획과 현행 이전 방식 사이에 상당한 시간 차가 생기는 구조다.

정부 안에서는 군공항 전체 이전을 마치기 전에 작전과 안전에 지장이 없는 일부 부지부터 넘겨받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유재산을 먼저 양여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하고, 군 작전 기능 일부를 다른 기지로 분산 배치하는 방식이다.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국유재산법과 군사시설 관련 법률 검토, 국방부와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다.

광주 군공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유사시 미군 항공전력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어서 한미 간 협의도 거쳐야 한다. 정부는 군공항 이전과 작전 기능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과 미군 공여시설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과 행정 절차보다 더 큰 변수는 이전 대상 지역인 무안군의 동의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이전과 정부·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1조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추가 인센티브 제공을 군공항 이전 논의의 3대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조건이 구체화되면 후속 협의에 참여하겠지만 군민 동의 없이 이전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산 무안군수는 광주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된 데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반도체 산단 조성과 군공항 이전을 별개로 볼 수 없는 만큼 무안에 부담만 집중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주청사 위치를 둘러싼 논의까지 군공항 이전과 맞물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안군 입장에서는 군공항과 소음 부담을 받아들이는 대신 행정과 산업 기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군공항 이전 협상이 반도체 산단 한 사업에 머물지 않고 통합특별시의 행정구조와 지역개발 문제로 확장되는 대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금성 지원만으로 주민 동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안 일대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나 배후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광주와 무안이 사업 효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지역 갈등을 풀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단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 전담팀을 설치해 군공항 이전과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정례적으로 열고 부지 이전과 산업단지 개발, 전력·용수 공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광주 군공항은 대규모 부지와 기반시설, 도심 접근성을 갖췄지만 군사시설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걸려 있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속도를 맞추려면 법률 특례와 군 작전 대책, 무안 주민 지원안을 한꺼번에 내놓아야 한다. 부지 선정에 걸린 일주일의 속도가 실제 첫 삽을 뜨는 과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지가 800조원 반도체 프로젝트의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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