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토지조사부서 소유 기록 확인…오는 12월 친일재산 조사 제도 재가동
다만 안상호는 기존 공식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없어 환수 여부는 조사·법적 판단 필요
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초기 경기도 군포 일대에 2700평 규모의 논을 소유했던 기록이 확인되면서, 최근 다시 추진되고 있는 ‘친일재산 환수’ 제도와 맞물려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과정에서 작성된 경기도 시흥군 남면 금정리 토지조사부에는 235번지 소유자로 안상호(安商浩)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해당 토지는 지목이 답(畓·논), 면적은 2700평으로 나타났다.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군포 지역에 해당한다.
이번 자료는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초기에 상당한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토지를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해당 재산이 법률상 ‘친일재산’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귀속을 위해서는 친일반민족행위 여부와 해당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형성됐는지 등에 대한 별도의 조사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12월부터 친일재산 조사 제도 재가동
친일재산 환수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관련 법률 개정이 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 관련 개정 법률은 오는 12월 3일 시행될 예정이다. 2006년 출범해 2010년 활동을 종료했던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이후 약 16년 만에 관련 조사 체계가 다시 가동될 전망이다.
특히 개정 제도에서는 친일재산 자체뿐 아니라 일정 요건 아래 이미 처분된 재산의 처분 대가까지 국가 귀속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가 강화됐다. 숨겨진 친일재산을 찾기 위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안상호 재산도 곧바로 환수되나…현재로선 ‘확정 아니다’
안상호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자료에서는 대정친목회를 총독정치를 인정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융화를 목적으로 한 단체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상호는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2700평 토지를 포함한 재산이 곧바로 국가 환수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향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해당 재산과 친일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안상호의 군포 토지 기록과 대정친목회 활동 등을 언급하며 향후 위원회 차원의 판단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안상호 관련 재산이 새 조사 체계에서 실제 조사 대상으로 다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특정 연예인의 가족사를 넘어,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재산 가운데 법률상 친일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규명하고 국가에 귀속할 것인지라는 역사적·법적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후손 개인에 대한 비난과 법률에 따른 친일재산 조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재산 환수 여부는 혈연관계 자체가 아니라 친일반민족행위와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객관적 자료 및 법률적 요건을 토대로 판단돼야 한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