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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4만3850원·연 15회 제한 두 달…의료계 "치료 포기 늘었다"

이수민 기자 | 입력 26-09-07 23:48



뇌졸중이나 사지마비 환자도 원칙적으로 1년에 15차례까지만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현행 관리급여 기준을 놓고 의료계가 제도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도입한 횟수와 가격 제한이 치료 필요성이 큰 환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정작 필요한 치료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도수의학회는 6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자의 질환과 치료 난이도를 반영하도록 도수치료 관리급여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도수치료는 관리급여 체계 안에서 1회 수가가 4만3850원으로 정해져 있다. 치료 횟수는 연간 15회가 기본이며 의학적 필요성이 별도로 인정되는 경우 최대 24회까지 가능하다.

도수치료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과잉진료와 높은 비급여 가격에 집중돼 있었다. 의료기관마다 치료비와 시행 횟수가 크게 달랐고 실손보험금 지출이 집중되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직접 가격과 이용량을 관리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제도가 시행된 뒤에는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질환의 중증도와 환자의 신체 상태가 다른데도 동일한 가격과 횟수를 적용하면서 치료 난이도가 높은 환자를 계속 진료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학회는 뇌졸중과 사지마비 등 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 가운데 도수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에서도 기존 도수치료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치료 현장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된 부분은 시간과 수가다. 정해진 시간 동안 의료진이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나 난이도에 따른 수가 차이가 없어 중증 환자를 치료할수록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일부 의료진이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반대로 도수치료를 줄이고 관리급여 대상이 아닌 다른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는 의료기관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도수치료를 둘러싼 의료진의 관심도 줄었다. 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술대회 참석자는 지난해 약 350명에서 올해 약 200명으로 감소했다. 학회는 이를 제도 시행 이후 의료 현장에서 도수치료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보고 있다.

고용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병의원이 도수치료를 축소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물리치료사의 일자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의료기관 밖으로 도수치료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문제로 들었다. 일부 물리치료사가 스포츠마사지업소 등에서 도수치료를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조사 과정에서 환자 정보 유출 사례도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김경진 대한도수의학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수치료 전체를 하나의 행위로 묶어 가격을 정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가 제시한 방안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난이도에 따라 도수치료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방식이다. 중증·고난도 치료와 비교적 단순한 치료를 구분하고 각각 다른 치료시간과 수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의사와 물리치료사의 역할을 치료 단계에 따라 나누는 방안도 내놨다. 중증 환자에게는 의사가 약 10분간 직접 치료한 뒤 의사의 지휘와 감독 아래 교육받은 물리치료사가 추가 치료를 맡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치료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치료 난이도와 수행 시간 등을 반영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부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관리급여 도입 이전 자동차보험에서 적용됐던 도수치료 수가 체계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가 제기한 치료 중단과 물리치료사 고용 감소가 관리급여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는 별도의 통계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대한도수의학회가 회원과 진료 현장에서 파악한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관리급여를 도입한 이유 역시 분명하다. 도수치료의 가격 편차와 과잉 이용을 줄이고 실손보험을 통한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관리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관리급여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 과잉진료를 차단하면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어떻게 구분할지가 제도 수정 논의의 핵심이다.

시행 두 달 만에 의료계가 고시 개정을 요구하면서 도수치료를 둘러싼 쟁점도 달라졌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가격과 횟수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이 중증 환자의 치료까지 위축시키고 있는지, 정부가 실제 진료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기준을 다시 나눌지가 남은 문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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