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수도권 사립대학교 의과대학의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 병원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방의대 설립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3년 기준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은 50.7%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19년 45.0%였던 수치에서 2022년 50.2%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은 수도권으로 향한 것으로, 지역 의료 공백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18곳 중 강원도 한림의대의 수도권 취업률이 90.5%(졸업생 74명 중 67명)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해당 대학 졸업생의 거의 전원이 수도권 병원에 취업한 셈이다. 이어서 울산의대(87.1%), 가톨릭관동의대(75.8%~75.9%), 순천향의대(70.7%) 등 다수의 대학이 70%를 상회하는 높은 수도권 취업률을 보였다. 반면 부산 동아의대는 졸업생 36명 중 5명(13.9%)만이 수도권으로 취업해 가장 낮은 수도권 취업률을 기록했으며, 계명의대, 영남의대 등 일부 대학은 비수도권 취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국립대에 비해 수도권에 부속 병원이나 협력 병원을 보유한 사립대의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단지 졸업 후 취업 경향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방의대 학생들의 중도 탈락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의 분석 결과, 지난 2023년 전국 39개 의대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은 386명으로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309명이 지방의대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2022년 148명에서 불과 1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학생들이 입학한 지방의대를 떠나 수도권 상위권 의대 재진학을 목표로 재수나 반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지방의대가 지역 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도권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중간 통로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강경숙 의원은 "지방의대 설립 취지가 지역의료 인력 양성인데 현실에서는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며 관련 부처들이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정부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선발하고,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이 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10년 의무복무 부과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과거 지원자 부족으로 실패한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전례를 들어 지역의사제의 현실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지역의사제는 "위헌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대학 입학 당시 의무복무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무복무를 불이행할 경우 면허를 즉시 취소하는 강경책 대신, 시정명령이나 정지 처분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하며 절충의 여지를 남겼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입법 및 예산 확보 절차를 마무리해 "최대한 빠르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 역시 "당정청이 정기국회 내 통과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혀, 지역의사제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의사제가 의료계의 반발을 넘어 지역 의료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