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 한 대형 비대면 강의에서 학생 수백 명이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시험 답안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담당 교수가 자수를 권유하자, 부정행위를 인정한 학생만 200명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연세대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들이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강의는 약 600명이 수강 중인 교양 과목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객관식 시험이 실시됐다.
교수는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시험 중 학생들의 얼굴과 손 움직임이 모두 보이도록 카메라를 고정한 채 녹화 영상을 제출하도록 했다. 대학 측은 “응시자의 시선 이동과 손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험 이후 교수의 영상 검토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답안을 작성하는 동안 AI 도구를 사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교수는 “자진 신고 시 감면을 검토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자체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문 결과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했다”고 답한 학생은 209명, “직접 문제를 풀었다”고 답한 학생은 175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부정행위 규모가 수백 명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은 “현재까지 40여 명이 공식적으로 자수했고, 의심 정황이 뚜렷하지만 아직 자수하지 않은 학생도 1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추가 조사를 통해 부정행위 규모와 징계 수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영상과 로그 기록을 대조해 부정행위 여부를 검증하고 있으며, 자수자와 미자수자 간의 징계 수위를 구분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대학가에서 확산되는 AI 활용 논란을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AI를 이용한 리포트 작성이나 시험 부정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 대학들이 관련 윤리 가이드라인과 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AI가 학습과 연구의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통제 없이 사용될 경우 학문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대학 차원의 명확한 AI 사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