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단계에서부터 임금체불 위험이 있는 사업주를 손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데이터 개방 정책을 전격 시행한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9일부터 '고용24'의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임금체불 사업주의 명단 공개 정보를 민간 시장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그간 공공기관 누리집에만 머물러 있던 체불 정보가 민간 취업 포털과 연동되면서 구직 현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 등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1년 이내 체불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악성 체불 사업주를 대상으로 3년간 이름, 나이, 사업장 명칭, 체불액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13일 기준으로 명단이 공개된 임금체불 사업주는 총 606명에 달한다. 그러나 기존에는 이러한 정보가 고용노동부 누리집 내 별도 게시판에 단순 텍스트 형태로만 존재해, 구직자들이 개별 채용공고와 대조하여 확인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컸다.
앞으로 도입될 시스템은 민간 취업 포털이 채용공고를 게시할 때 기업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고용24 시스템에 조회하면, 해당 기업이 명단 공개 대상인지를 즉각 판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각 민간 플랫폼은 이 정보를 채용공고 화면에 연동하여 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구직자는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 단계에서 해당 사업장의 임금 지불 능력과 신뢰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자기방어 수단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악질적인 임금체불 관행을 뿌리 뽑는 데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임금체불 이력이 채용공고에 노출될 경우, 해당 기업은 우수 인력 확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주들에게 단순한 법적 처벌 이상의 사회적 평판 위험을 부과하여, 체불 임금을 자발적으로 청산하거나 예방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시장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층과 사회 초년생 구직자들에게 이번 서비스는 유용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구직자들이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장에 유입되어 겪을 수 있는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종의 "불량 기업 필터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데이터 개방이 공공 정보를 민간이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민간 플랫폼들이 관련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고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명단 공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병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단순 명단 공개를 넘어 기업의 퇴직금 체불 이력이나 근로감독 결과 등 더 폭넓은 고용 지표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책 시행은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 시장의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구직자가 기업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복지 혜택뿐만 아니라 '임금 지불의 안정성'이라는 필수 요건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채용 시장의 신뢰도가 한 단계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