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테이블 위 불판에서 시작된 시뻘건 불길이 순식간에 환풍구를 타고 천장으로 번졌다. 자욱한 연기가 실내를 메우자 식사 중이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출입구로 엉켰다. 지난 25일 오후 7시경 경기 고양시의 한 고기 구이 전문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식당 안에는 인근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관람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 70여 명이 밀집해 있었다.
위급한 순간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여성 5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들은 인근 공연장 인파 관리 근무를 위해 파견된 경기남부경찰청 12기동대 소속 경찰관들이었다. 현장에 있던 김유리 경위 등 5명은 불이 나자마자 역할을 분담했다. 119 신고를 마친 이들은 당황한 외국인 손님들을 건물 밖으로 차례로 대피시키고, 식당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를 확보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기동대원들은 현장 투입 전 다중밀집지역 근무를 수행하며 인근 지형과 소방 시설물 위치를 미리 파악해둔 상태였다. 박진서 순경은 비가 많이 오던 날이라 우산을 두러 들어오며 소화기 위치를 눈여겨봤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피로를 확보하고 초기 진화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의 신속한 개입으로 불길은 소방대 도착 전 기세를 잃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 원인은 외국인 손님들의 부주의로 파악됐다. 한국식 불판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던 손님들이 고기를 한꺼번에 과도하게 올리자 기름이 튀며 불길이 솟구쳤고, 이 불티가 환풍기 안의 기름때에 옮겨붙으면서 화급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식당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솔선수범해 인원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좁은 출입구에서 압사 사고나 큰 화상 피해가 날 뻔했다고 전했다.
경기 남부 및 북부경찰청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형 참사를 막은 12기동대 경찰관 5명 전원에게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각종 집회와 시위, 문화 행사 현장에서 안전 관리 업무를 전담해왔다.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킨 경찰관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남기고 본래 근무지로 복귀했다.
이번 사고는 외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의 화기 사용 지도와 함께 비번이나 휴식 중인 경찰관의 조력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인파가 몰리는 행사 기간 중 식객 밀집 구역의 소방 안전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