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이 아파트 청약 시장의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 중대형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평형에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소형 아파트가 분양시장과 기존 매매시장에서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단지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 타입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3.97대 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타입은 평균 3.36대 1, 85㎡ 초과 타입은 평균 3.4대 1에 그쳤다. 소형 평형 경쟁률이 중대형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난 셈이다.
소형 평형 선호는 이미 지난해 수도권 청약 시장에서도 뚜렷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자 48만5271명 가운데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21만8047명이 몰렸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 중형 아파트 청약자는 21만7322명으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접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소형 청약자가 중형을 앞섰다.
개별 단지에서도 소형 타입 경쟁률이 두드러졌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 전용 59㎡B 타입은 1순위 청약에서 22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단지 44㎡ 타입도 140대 1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평형 인기는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주요 대단지의 40㎡ 안팎 소형 면적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39㎡,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같은 대단지 소형 면적은 높은 매매가에도 거래가 이뤄지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수요가 소형으로 이동한 가장 큰 배경은 분양가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새 아파트 분양가가 빠르게 뛰었고, 중대형 주택을 선택하기 위한 초기 자금 부담도 커졌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면적이 작을수록 총분양가가 낮아지는 만큼 청약 대기자들이 소형 타입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강해졌다.
대출 규제도 소형 선호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 가격 구간별로 잔금대출 한도가 제한되면서 고가 주택일수록 자기자본 부담이 커졌다. 15억 원 미만 주택은 잔금대출 전환 시 최대 6억 원, 15억 원 이상 25억 원 미만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이상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구조가 수요자의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
소형 평형의 상품성도 과거와 달라졌다. 최근 공급되는 39㎡, 44㎡, 59㎡ 타입은 수납공간과 주방·거실 동선, 방 배치가 개선되면서 1~2인 가구뿐 아니라 신혼부부와 실수요자 일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소형 평형이 임대 수요 중심으로 평가됐다면, 최근에는 실거주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붙는 구조다.
건설사들도 소형 평형을 포함한 신규 단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을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장위10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며, 지하 5층~지상 35층, 23개 동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단지 공식 분양 정보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에 들어서는 민간분양 아파트다.
대우건설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에서도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을 통해 "써밋 더힐"을 공급 중이다. 이 단지는 전용 39㎡부터 중대형 면적까지 구성돼 있으며, 일반분양 물량에도 소형과 중형 타입이 포함됐다.
지방 신규 단지에서도 소형 물량은 분양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한화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8월 경남 진주시 이현동 일대에서 "포레나힐스테이트 진주"를 분양할 예정이다. 자이S&D도 8월 서울 중구 중림동 일원에서 "충정로역자이르네"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예정 사업인 만큼 실제 분양 일정과 공급 물량은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최종 확인해야 한다.
소형 아파트 강세는 단순한 면적 선호 변화라기보다 가격, 대출, 가구 구조 변화가 함께 만든 흐름에 가깝다. 다만 소형 평형도 인기 지역에서는 총매매가와 분양가가 이미 높아졌고, 경쟁률이 높을수록 당첨 가능성은 낮아진다. 분양가 상승을 피해 소형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가 실수요자의 부담을 실제로 낮춰줄 수 있을지는 지역과 가격에 따라 다시 갈릴 수밖에 없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