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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821조 '역대 최대'…반도체 추가세수 162조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린다

최예원 선임기자 | 입력 26-09-01 14:09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820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93조원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출 증가율도 1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12.8% 증가한다. 총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6%를 넘어 현행 총지출 관리체계 도입 이후 가장 높다.

정부가 지출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있다.

내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05조6000억원, 30.4%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특히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94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증가율은 49.8%에 달한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가 크게 늘고 소득세 수입도 증가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단순히 지출 확대에 사용하는 대신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넘어서는 추가 세수를 별도 기금에 넣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고 경기와 세수 상황이 급변할 때 재정 안전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 가운데 52조9000억원은 사업계정에 배정된다. 이 가운데 45조5000억원을 내년에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 사업에 투입한다.

총괄계정에는 109조4000억원이 배정된다. 이 가운데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사용한다.

사업계정과 총괄계정을 합쳐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긴다. 정부는 경기 침체나 세수 급감 등 상황이 발생하면 이 자금을 활용해 재정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상황에 따라 기금 지출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도 추진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액을 대통령령에 따라 30% 이내에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은 대규모 세수를 생산적 지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재정안정화 장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반도체를 비롯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 첨단전략산업, 청년 지원, 지방과 소상공인 지원 등에 집중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관련 분야에는 올해보다 97.2% 증가한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피지컬 AI와 전력·용수·산업단지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재정을 집중한다.

첨단전략산업과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 예산도 62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2.7% 늘어난다.

청년 지원에는 43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보다 53.5% 증가한 규모다. 일자리와 주거뿐 아니라 혼인·출산, 자산 형성 등 청년의 생애 단계별 지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과 소상공인, 농어민, 취약 노동자 등을 지원하는 "모두의 성장" 분야에는 117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올해보다 36.6% 늘어난다.

정부는 예산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저성과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 관행적으로 이어진 사업 등을 정리해 총 107조6000억원을 줄였다. 이 가운데 재량지출 절감액은 38조6000억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방식 개편과 교부세 산정방식 변경 등을 통해 의무지출에서도 69조원을 조정한다.

세수가 지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제시한 재정지표는 개선된다.

내년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0.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 적자에서 3.8%포인트 개선되는 수준이다.

국가채무비율도 올해보다 3.3%포인트 낮아진 48.3%로 예상했다. 정부는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도 국채 발행을 줄여 성장 투자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는 중기적으로도 이어진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정지출을 연평균 8.4%가량 확대해 2030년 총지출이 100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금융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것을 두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민생 부담을 완화하는 선별적이고 맞춤형 지원을 중심으로 예산을 설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예산안의 또 다른 쟁점은 162조원에 달하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더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선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추경보다 행정부의 운용 재량이 큰 대규모 기금이 만들어지는 만큼 국회의 재정 통제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오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규모가 결정된다. 821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예산과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그대로 유지될지가 내년도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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