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억대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살포 의혹이 수사 기관의 직접 조사 단계로 접어들면서 농협 내부와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소재 수사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관용차에서 내린 강 회장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대기하던 취재진이 금품 수수 혐의 인정 여부와 조합원 대상 로비 의혹을 묻자 강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남긴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나 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치러진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 회장 측이 유권자인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수억 원대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사팀은 그간 선거 캠프 관계자들을 소환해 기초 조사를 마쳤으며, 이날 조사에서는 강 회장이 금품 마련과 전달 과정을 직접 지시하거나 인지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묻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농협중앙회 서울 본부와 강 회장의 자택, 지역 조합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해 관련 회계 자료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관련자 진술 사이에 엇갈리는 대목이 많아 당사자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는 강 회장의 답변 태도와 증거물 대조 작업에 따라 늦은 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농협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행보를 이어왔으나, 취임 한 달여 만에 수사기관의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농협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 향방이 조직 운영과 대외 신인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일반 형법상 뇌물이나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직이지만 인사권과 예산 집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선거 과정의 금품 수수는 조직 전반의 공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과거 농협중앙회장 상당수가 선거 관련 비리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은 전례가 있어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변수다.
경찰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금품의 출처가 지역 조합의 공금인지, 아니면 별도의 배후 지원 세력이 있는지에 대한 보강 수사도 병행한다. 이번 소환 조사의 결과와 향후 검찰 송치 과정에서 드러날 구체적인 자금 흐름에 따라 농협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