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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100조로 지역의료 보상 강화…정부, 특별회계 1조원 신설 추진

이정호 기자 | 입력 26-05-27 14:47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보상체계와 별도 재정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간 10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2027년부터는 1조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의료 취약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는 27일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17개 시·도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지역·필수의료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2027년 1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료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의료자원 집중과 지역 간 의료격차 심화가 지방 필수의료 공백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기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서울이 1.28명인 반면 경북은 0.43명 수준으로 차이를 보였다. 지역에 따라 응급·분만·소아·외상 등 필수 진료를 담당할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도입, 국립의전원 설립,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응급의료 지원체계 강화 등을 지역·필수의료 대책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역 현장의 어려움이 직접 제기됐다. 한 시·도 관계자는 응급실은 운영되고 있지만 야간과 휴일에 배후 진료과 전문의가 없어 중증환자가 와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문은 열려 있어도 실제 중증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진료과와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사 인력 확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별 의료기관 단위로 의사를 모집하면 경쟁적인 인건비 상승만 부를 수 있다며,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력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끼리 의료진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권역 안에서 인력을 배치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역의료 문제를 풀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경철 기획예산처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지방 의료 공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의료체계의 근간인 연 100조원 규모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는 건강보험이 보상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남 심의관은 신설되는 1조원 규모 특별회계는 건강보험과 유기적인 역할 분담을 원칙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체계 안에서 보상해야 할 영역은 건강보험 지원 수단을 활용하고, 건강보험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나 지방정부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분야는 재정으로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회계가 단순한 예산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남 심의관은 지역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별회계 편성 과정에서도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번 논의는 지역의료 공백을 건강보험 수가 보상, 별도 재정, 인력 정책,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함께 묶어 풀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그동안 지역 필수의료 대책은 병원 시설 확충이나 단기 인건비 지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상체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지역에서 필수진료를 맡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지속적인 유인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와 기획예산처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2027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역·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한다.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보상 개편이 실제 의료 공백 해소로 이어지려면 지역별 필수진료 수요, 의료진 배치, 병원 간 역할 분담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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