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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실질적 총수' 김범석 의장, 미국 국적 내세워 국내 책임 회피 논란 증폭

이정호 기자 | 입력 25-12-03 08:20



대한민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총수로 여겨지는 김범석 의장이 잇따른 노동자 과로사,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등 한국 내에서 발생한 주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이 이중적인 지위를 활용해 국내 법적·제도적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쿠팡은 노동자 과로사 문제, 불공정 배달앱 운영 등 여러 사안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내 법인과 자회사 대표들이 대신 국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으나, 정무위원회는 실질적인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창업주 김범석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음에도 그는 해외에 머무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최근 김범석 의장의 국내 책임 회피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내일(3일)로 예정된 긴급 현안질의에 김 의장을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쿠팡 측은 김 의장이 현재 어디에 머무는지조차 모른다고 답해, 그의 국내 책임 회피 태도가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국정감사 당시 "지금 이 순간, 이 시점에 김범석 의장은 어디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해외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고 답하며 김 의장의 불참 이유를 대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창업한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미국 이민자 출신인 김 의장이 개장 벨을 울렸다. 그러나 같은 해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김 의장은 "직접 책임지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내 법인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의장직 사퇴 이후 김 의장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주요 경영 문제에 대해 철저히 선을 긋고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쿠팡의 지배구조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법인(Coupang Inc.)이 국내 쿠팡 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김 의장은 이 미국 법인의 의결권 지분 73%를 보유한 명백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 국적을 내세워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동일인) 지정' 등 한국의 법적·제도적 규제와 기업 집단 규제를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기는 법률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한국 법인의 최고, 그러니까 월급 받는 사장이 책임져야 될 이슈다'라고 (선 긋는 것)"이라고 이러한 행태를 분석했다.

김범석 의장의 책임 회피 논란이 더욱 거센 이유는 쿠팡이 여전히 전체 매출의 90%를 대한민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시장 기반 기업'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지난해 11월 꾸준히 가격이 오른 미국 상장 주식 일부를 처분하여 4,8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은 피하면서, 회사의 성공으로부터 얻는 이익은 철저히 사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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