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어교육도시에 9년 만의 신설 국제학교가 들어선다. 학령인구 감소와 기존 학교들의 충원율 저하라는 악재 속에서 단행된 대규모 확장이다. 특히 이번 학교는 국내 최초로 순수 민간 자본이 투입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FSA)는 29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부지에서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 착공식을 열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특화 교육을 내세운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총 1,300여 명 규모로 조성된다. 설립 계획 승인 2년 만에 공사를 시작한 학교 측은 오는 2028년 개교를 목표로 잡았다.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이번 설립은 공공 주도였던 기존 모델들과는 다른 구조다. 학교 측은 미국 본교와 동일한 커리큘럼을 강점으로 내세워 국내 학생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유학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형수 FSA 애서튼 이사장은 착공식 현장에서 "본교의 노하우를 전수해 제주를 세계적인 인재 육성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급 확대가 공식화됐으나 실제 교육 현장의 지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영어교육도시 내 4개 국제학교의 재학생 수는 최근 2년 사이 15% 이상 급감했다. 정원 대비 실제 학생이 차 있는 비율인 충원율 역시 70%대에 머물며 고전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수요 창출 없이 학교 수만 늘어날 경우 기존 학교들과의 생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원을 채우기 위해 입학 문턱을 낮추거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측은 일단 연대와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송석언 JDC 이사장은 "5개 학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요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착공식 현장에서도 기존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체 파이는 줄어드는데 공급만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됐다.
학교 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입학 설명회를 강행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입생 모집 전형에 들어갈 계획이다.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9년 만에 등장한 신규 국제학교가 영어교육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아니면 공급 과잉에 따른 동반 부실을 초래할지는 향후 학생 모집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