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역사상 41년 만의 유럽 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안긴 '리빙 레전드'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의 미래가 안갯속에 휩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천문학적인 제안과 팀 내 상징성 사이에서 토트넘 구단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 가운데, 영국 현지에서는 그의 잔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인사이더"는 9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토트넘이 올여름 손흥민의 이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해당 매체는 불과 지난달만 해도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으나,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매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주장을 내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며 "현재의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4-25시즌,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며 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는 그의 개인 커리어 첫 메이저 트로피이자 구단에게는 41년 만의 영광이었다. 비록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각종 대회를 포함해 여전한 득점력을 과시했으며 경기 조율, 공간 창출 등 팀 기여도는 기록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그의 리더십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의 나이와 막대한 자금력의 결합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수 구단은 손흥민에게 연봉 3,000만 유로(약 482억 원)에 달하는 3년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 1,446억 원에 이르는 이 제안은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30대 중반의 선수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구단으로서도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실제 유명 베팅업체 "스카이벳"은 손흥민의 사우디행 가능성을 약 69.2%로 예측하며 이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토트넘의 현재 처지 때문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한 토트넘은 올여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새로운 감독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손흥민과 같은 베테랑 리더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진 보강도 지지부진하다. 유력한 영입 후보였던 브라이언 음베우모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고, 현재까지 영입된 공격수는 마티스 텔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팀 득점과 공격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손흥민마저 팀을 떠난다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의 전력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토트넘은 구단의 상징이자 리더를 지키며 새 시즌의 안정을 꾀할 것인지, 아니면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미래를 준비하는 실리를 택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